파월 "화폐 지위 가진 듯"…비트코인 51만달러 갈 수 있을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입력 2023-06-25 17:49   수정 2023-07-09 00:31

지난주 열린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제롬 파월 중앙은행(Fed) 의장의 말 한마디에 비트코인업계와 코인 투자자들이 들뜨고 있다. 논란이 됐던 비트코인에 대해 스테이블코인, 즉 화폐 기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은 Fed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디지털달러화 연구와 도입을 실질적으로 주도해온 책임자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비트코인에 화폐 기능을 부여하기보다 새롭게 디지털 법정통화(CBDC)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사람의 의견 중 어느 쪽으로 가느냐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업계와 투자자의 희비를 가를 중대한 문제다. 파월의 견해대로 수정되면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산업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캐시 우드가 내다본 51만달러까지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성급한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반대로 브레이너드의 입장이 확정되면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는 산업적인 면에서 유틸리티 기능은 남겠지만 투자자들은 또 한 차례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 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파월의 입장대로 비트코인의 화폐 기능을 인정하면 발권력과 이에 따른 시뇨리지(seigniorage·화폐발행차익)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 논란이 될 수 있다. 두 문제는 중앙은행에 집중시킬수록 바람직하다. 현직 Fed 의장인 파월이 어떻게 법화가 아닌 비트코인에 화폐 기능을 인정할 수 있느냐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화지표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따른다. 화폐 기능이 부여된 비트코인은 준화폐의 일종인 대안화폐로 분류된다. 현재 통화지표인 M1, M2, M3와 유동성 지표인 L4, L5, L6에 이어 비트코인의 첫 글자를 딴 B1, B2, B3까지 확대되면 통화지표는 복잡해지고 혼선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국민 화폐 생활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셤의 법칙’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1990년대 이후 인터넷, SNS, 디지털로 이어지는 초연결 사회에서 법화는 각종 대안화폐에 밀려왔다. 앞으로 코인까지 화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현금 없는 사회가 닥치면서 법화는 폐지론이 불거질 수 있다.

경기 예측력도 떨어지게 된다. 화폐로서 비트코인이 사용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종전 경제지표와의 인과성이 축소되고 정형화된 사실(예: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간 역비례 관계)도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계열 자료상 불연속성을 메우기 위해 가변수(dummy)를 많이 사용하면 모델과 기술적 분석에서 나온 예측치를 얼마나 믿어야 하는가라는 신뢰성 문제도 나올 수 있다.

2년 전 인플레이션 쇼크 당시 ‘일시적’인 것으로 진단해 뒤늦게 허둥지둥 금리를 인상한 일이나 2~3년 후에도 어려울 것으로 봤던 완전고용이 곧바로 닥친 일, 그리고 지난 3월 전망 때까지 0.4%로 봤던 올해 성장률을 불과 3개월 사이에 1%로 두 배 이상 올려잡은 일은 Fed와 파월의 대표적 예측 실패 사례다.

정확한 경기 예측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선제성(preemptive)을 생명으로 하는 통화정책의 유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초불확실성 시대를 맞아 케인지언의 통화정책 전달 경로(기준금리 변경과 유동성 조절→시장금리 변화→총수요 반응→실물경제 영향)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여건에서는 더 그렇다.

유사금융 행위도 판치게 된다. 비트코인에 화폐 기능을 부여해 각종 암호화폐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면 ‘새로움과 복잡성’에 따른 위험 증대로 금융감독이 옴니버스 방식으로 접근하지 못하면 국민의 화폐 생활에 일대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화폐개혁 논의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보다 앞서 CBDC를 도입한 대부분 국가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각종 암호화폐에 화폐 기능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디지털위안화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비트코인과 각종 암호화폐 거래를 불법으로 배척하고 있다. 디지털달러화 도입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미국도 지금까지는 중국과 비슷한 입장이다.

한국은 2017년 비트코인 투기 열풍, 2021년 이후 테라 사태 등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국격이 떨어지고 사회적 병리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 파월의 스테이블코인 발언을 계기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책당국의 선제 대응과 코인 투자자의 신중한 자세가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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